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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가든, 도시 속 마음의 정원 운동

by 유익한스토리 2025. 10. 10.

도시의 회색 틈에서 피어나는 녹색 치유의 사회학

콘크리트로 덮인 도시는 언제나 효율과 속도를 추구하지만,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점점 더 외로워집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자연을 잃은 인간은 정신적 피로와 사회적 단절이라는 또 다른 질병에 시달리게 되지요.
이런 도시에 ‘정원의 부활’을 외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바로 커뮤니티 가든(Community Garden)의 주인공입니다.

커뮤니티 가든은 단순히 꽃과 채소를 심는 공간이 아닙니다. 도시민의 마음을 회복시키고, 관계를 다시 잇는 생명 네트워크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 세계 도시에서 확산되고 있는 커뮤니티 가든 운동이 왜 “도시의 마음 치료제”로 불리는지, 그 과학적·사회적·정신적 이유를 깊이 탐구하겠습니다.

커뮤니티 가든, 도시 속 마음의 정원 운동
커뮤니티 가든, 도시 속 마음의 정원 운동

 

1. 도시의 삭막함을 녹이는 ‘공유의 녹색 공간’

커뮤니티 가든은 1970년대 뉴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재정난과 범죄로 방치된 공터들이 늘어나자, 시민들이 모여 꽃과 채소를 심으며 ‘게릴라 가드닝(Guerilla Gardening)’ 운동이 탄생했습니다.
이 움직임은 이후 도시 전역으로 확산되며, 1990년대에는 제도권 도시계획 속으로 편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뉴욕에는 약 600여 개 이상의 커뮤니티 가든이 존재하며, 이는 단순한 녹지 확보가 아니라 사회적 회복의 장으로 기능합니다.
한국에서도 서울시가 2012년부터 추진한 ‘시민참여형 텃밭 프로젝트’는 400곳 이상의 마을정원 네트워크로 확장되었습니다.

이전 글 보기: 옥상정원과 벽면녹화의 확장

도시의 위쪽에 생긴 정원이 하늘의 녹색이라면, 커뮤니티 가든은 땅 위의 마음 정원입니다.

공동체 정원의 진정한 의미는 ‘공유’입니다.
이곳에서는 소유보다 돌봄이 중요하며, “함께하는 행위 자체가 치유”로 이어집니다.
도시민은 이 작은 정원에서 흙을 만지며, ‘도시 속 인간다움’을 되찾습니다.

 

2. 흙을 만지는 행위의 과학적 치유 메커니즘

심리학에서는 흙과의 접촉을 ‘그라운딩(Grounding)’이라 부릅니다.
이는 전자기적으로 인간의 몸과 지구의 표면이 직접 연결될 때, 신체의 전위 균형이 안정되어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이 감소하는 효과를 의미합니다.

하버드 의대 연구팀은 정원 가꾸기 활동이 세로토닌 분비를 28% 증가시킨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Mycobacterium vaccae’라는 토양 속 미생물은 뇌의 세로토닌 회로를 자극해 항우울제와 유사한 작용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즉, 흙을 만지는 것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생물학적 치유 행위인 셈입니다.

영국의 ‘그린케어(Green Care)’ 프로그램에 참여한 노인 500명 중 82%는 “정원을 돌보는 시간이 불안감을 줄였으며, 잠이 더 깊어졌다”고 응답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도시농업치유센터’가 확대되고 있으며, 원예치료사 자격 제도가 만들어질 정도로 정원은 치유의 영역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3. 함께 가꾸며 생기는 사회적 회복력

커뮤니티 가든의 진짜 힘은 함께 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하나의 씨앗을 심기 위해 사람들은 만나고, 서로의 이름을 묻고, 물을 나눕니다. 그 단순한 행위가 도시의 ‘사회적 회복력(social resilience)’을 만들어냅니다. 서울 성북구의 ‘한성마을정원’에서는 청소년, 시니어, 외국인 주민이 함께 정원을 관리합니다. 이 프로그램 이후, 이웃 간 인사 빈도가 3배 증가, 지역 내 소모임 활동은 67% 확대되었습니다. 사회학자 맥스웰(M. Maxwell)은 이를 “정원 민주주의(Garden Democracy)”라 불렀습니다.
정원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며, 계급이나 직업이 사라지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4. 도시 생태계 회복과 기후 대응의 장

커뮤니티 가든은 인간의 감정만을 치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곳은 도시 생태계의 중요한 회복 거점이기도 합니다.

토양 속 곤충, 벌, 나비, 새들이 다시 모여들고, 그 결과 도시 생물 다양성(biodiversity)이 높아집니다.
서울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커뮤니티 가든 주변의 평균 온도는 인근 상업지역보다 약 2.3°C 낮았습니다.
이는 도시 열섬 현상(UHI, Urban Heat Island) 완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합니다.

또한, 도시민이 직접 채소를 재배하면 식품 운송 거리가 줄어 탄소 배출량이 약 30% 감소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즉, 커뮤니티 가든은 작은 땅이지만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거대한 생태 장치입니다.

참고: 수직 정원과 빌딩 녹화의 건강 효과

수직정원이 위에서 도시의 온도를 낮춘다면, 커뮤니티 가든은 아래에서 생태계를 복원합니다.

 

5. 도시정원의 사회경제적 가치

정원은 돈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미국의 ‘Community Greening Study’에 따르면, 커뮤니티 가든이 있는 지역은 범죄율이 평균 11% 감소, 주거 만족도가 34% 상승했습니다. 이 결과는 지역 상권 활성화와 직결되어, 실제 부동산 가치가 평균 9~15%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커뮤니티 가든은 ‘도시농업(Urban Agriculture)’의 형태로 발전하면서,

  • 사회적 기업 창업
  • 청년 일자리 창출
  • 농식품 교육 프로그램

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서울의 ‘행복한 텃밭 협동조합’은 2023년 한 해 동안 약 1,200명 이상의 시민을 교육하고, 지역 상생 수익 2억 원 이상을 창출했습니다.

 

6. 심리학이 밝히는 커뮤니티 가든의 정신적 가치

심리학자들은 커뮤니티 가든을 ‘소속감의 실험실’이라고 부릅니다. 도시에서 잃어버린 정체성을 회복하는 과정이 바로 이곳에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한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커뮤니티 가든 참가자 10명 중 8명은

“정원 활동이 자신에게 삶의 의미를 준다”고 답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여가 활동이 아니라 자기 존재감(self-worth)을 회복하는 과정입니다. 특히 1인 가구나 노년층, 이주민에게는 사회적 고립을 줄여주는 강력한 심리적 방패로 작용합니다.

 

7. 실패와 한계, 그리고 미래의 방향

모든 커뮤니티 가든이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관리 주체가 불분명하거나, 개발 압력으로 정원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또한 장기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자금 구조가 필수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 스마트 관수 시스템
  • 시민 공동 펀딩 플랫폼
  • 지자체-기업 협약형 운영 모델

등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제 커뮤니티 가든은 단순한 시민운동이 아니라 도시 정책의 핵심 축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8. 미래 도시의 힐링 인프라로서의 정원 운동

UN-Habitat는 2030년 도시 비전에서 “모든 시민은 걸어서 15분 내에 접근 가능한 녹지공간을 가져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환경권이 아니라, 정신 건강권(Mental Health Right)으로 해석됩니다.

도시의 미래 경쟁력은 더 이상 고층 빌딩의 수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정원이 존재하는가”로 평가받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