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지리적 고립성과 독특한 문화적 배경으로 인해 한국의 여타 지역과는 다른 독자적인 언어체계를 유지해온 지역이다. 그 언어적 유산의 중심에는 ‘제주 방언’이 존재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표준어의 강력한 영향력과 매스미디어의 확산, 젊은 세대의 언어 사용 변화로 인해 제주 방언의 사용률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 글에서는 제주 방언의 특징적인 단어들, 현재의 사용률 및 변화, 그리고 보존을 위한 노력에 대해 살펴도록 하겠습니다.
제주 방언의 독특한 어휘 체계: “이게 다 한라산이 품은 말이우다”
제주 방언은 단순한 억양이나 어미 변화가 아니라, 전혀 다른 어휘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는 한국어의 한 방언이라는 틀을 넘어, 독립 언어로도 분류될 수 있을 정도로 독창적인 요소를 지닌다.
예를 들어, 일상에서 자주 쓰이던 단어들은 다음과 같다.
이러한 단어들은 단순히 지역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고유어, 몽골어, 일본어, 중국어 등의 언어적 흔적들이 제주어 안에 중첩되어 있다는 점에서 언어학적으로도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
현재 사용률 변화 “이 말 알우꽈?” 잊혀지는 단어들
제주 방언의 사용률은 세대 간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20년 제주연구원이 발표한 ‘제주어 사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70대 이상 고령층의 제주어 사용률은 90%를 넘었으나, 20~30대 청년층은 20% 이하로 급감했다.
특히 어린 세대의 경우, 제주어를 ‘듣기는 하지만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표준어 중심 교육 환경, SNS 및 방송매체의 영향, 그리고 부모 세대의 제주어 구사 기피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대표적인 사용 감소 단어들을 보면
“혼저 옵서예” (어서 오세요): 관광지 상징어로 남았지만 실제 일상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음
“멩질다” (자빠지다): 60대 이상에서는 사용되나, 젊은 세대는 대부분 의미를 모름
“고낭지다” (기분 나쁘다): 의미는 풍부하지만 실제 사용 빈도는 급감
대신 현대 제주도 내에서는 제주 방언을 포인트로만 활용하거나, 관광상품의 브랜딩 요소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즉, 언어로서의 제주어는 퇴화하고 있지만, 상징으로서의 제주어는 오히려 상품화되고 있는 셈이다.
언어 보존을 위한 시도들: “사라지지 말앙게, 제주 말”
다행히 제주 방언을 지키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특히 2010년대 이후로 제주어가 UNESCO로부터 ‘심각한 소멸 위기 언어’로 지정된 이후, 정부와 지역 단체의 보존 노력이 강화되었다.
주요 시도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주어 교육 프로그램 확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주 1회 제주어 수업을 도입하는 시범학교들이 생겨났고, 유치원에서도 동화, 노래, 놀이를 활용한 제주어 노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디지털 아카이빙 작업
제주대학교와 제주어연구소는 원어민 화자의 구술자료를 모아 온라인 제주어 사전과 음성 DB를 구축 중이다.
문화 콘텐츠화
제주어로 된 웹드라마, 애니메이션, 라디오 콘텐츠 등이 제작되고 있으며, ‘혼저 옵서예’ 시리즈처럼 방언을 활용한 유튜브 콘텐츠도 호응을 얻고 있다.
청년 참여 프로젝트
지역 청년들이 참여하는 ‘제주어 캠프’나 SNS 챌린지(예: ‘#오늘의제주말’)를 통해, 자연스럽게 방언을 체득하게 하는 프로그램도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제주어를 단순한 ‘옛말’로만 남기지 않고, 살아있는 생활어로 되살리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말이 사라지면 삶이 사라진다’
제주 방언은 단순한 지역어가 아닌, 그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정서와 기억, 공동체의 문화가 집약된 언어다. 말이 사라진다는 것은 곧 그 문화가 사라진다는 것과 같다. 표준어와 세계어가 넘치는 시대에, 로컬의 언어를 지키는 일은 곧 정체성과 다양성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오늘 내가 무심코 흘려보낸 “혼저 옵서예” 한마디 속에는, 조상들이 남긴 수백 년의 말결이 담겨 있다. 제주 방언이 단지 사전 속에서만 숨 쉬는 언어가 아닌, 우리의 일상 속에서 살아 움직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