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사투리’는 그 사람의 고향을 알려주는 강력한 신분증과도 같았다. 하지만 지금의 10대는 전국 어디서나 비슷한 유튜브를 보고, 같은 밈을 공유하고, 실시간으로 트렌드를 소비하는 세대다. 그래서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요즘 애들은 사투리 안 쓰지 않나요?”
정답은 ‘그렇지만은 않다’다. 사투리는 변형되고, 축약되며, 때로는 신조어와 섞여 여전히 남아 있다. 이 글에서는 대한민국 10대의 언어 습관 속에 남아 있는 지역별 사투리의 흔적과, 신조어와의 흥미로운 공존 양상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찐’ 지역색은 어디까지? – 지역별 10대 말투 속 사투리 흔적
전통적인 사투리는 억양, 어미, 단어 등에서 명확한 차이를 보이지만, 10대는 그보다 훨씬 유연하게 언어를 사용한다. 이들은 사투리를 완전하게 구사하지 않지만, 특정 어미나 단어만 남겨 자연스럽게 섞어 쓴다.
부산/경남권
“맞나?” / “~하이소”는 거의 사라졌지만, “거 실화가?”, “진짜 뭐하노?” 같은 말투는 남아 있음.
억양은 여전히 강력해서, 같은 문장을 써도 지역 특유의 리듬이 살아 있음.
대구/경북권
“뭐했는데?” (무엇을 했니?) 같은 종결 어미는 아직까지 많이 사용됨.
친구끼리 “이리 온나~” 같은 말은 여전히 구어체로 남아 있음.
전라도권
“거시기~”, “머시여”는 줄었지만, “허벌나게” 같은 감탄사는 농담식으로 종종 사용됨.
친구들끼리 '~제', '~잉’은 일부 남성 10대 사이에서 개그 코드로 남아 있음.
강원/충청권
충청도식 “~허지?”, “그래유” 같은 말투는 일상에서는 줄었지만, “느릿한 말투” 자체가 지역색으로 남음.
요약: 사투리 전체가 남은 것이 아니라, ‘캐릭터화된 일부 요소’들이 10대 말 속에 숨듯 살아 있다. 억양, 단어, 말투의 리듬이 은근히 지역색을 드러낸다.
신조어의 급습: 사투리를 덮는 전국 공통어
10대들의 언어 세계를 지배하는 건 무엇보다도 ‘신조어’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온라인 환경 속에서 태어난 이 단어들은 지역을 뛰어넘어 전국적으로 퍼지는 초광속 언어다.
대표적인 신조어 예시
특징
초단축성: 가능한 한 짧게. 자음만으로도 의미 전달.
즉시성: 빠르게 바뀌고, 유행 수명이 짧음.
비지방성: 지역에 상관없이 거의 같은 방식으로 쓰임.
감정 표현의 도구: 감탄, 실망, 냉소, 유머 표현에 강함.
결과적으로 신조어는 사투리를 밀어낸다기보다, 그 위를 덮고 있는 느낌에 가깝다. 서울이든 전주든, 포항이든 여수든, “ㄹㅇ”이나 “ㅋㅋ”는 모두가 쓰는 언어가 되었다.
사투리 vs 신조어? 공존과 변형의 언어 풍경
그렇다면 신조어가 사투리를 몰아내는 걸까? 완전히 그렇지는 않다. 10대의 말투 속에서 우리는 사투리와 신조어가 동시에, 때로는 결합하여 쓰이는 새로운 풍경을 발견할 수 있다.
실제 사례
“진짜 뭐하노, ㄹㅇ 어이없네”
→ 경상도 억양 + 신조어 결합
“아따 걔는 ㄹㅇ 인성 탈락이잖여~”
→ 전라도 사투리 어미 + 신조어 표현
“혼자 왔시유? 손절 아니쥬?”
→ 충청도 말투 + 온라인 신조어 조화
“허벌나게 쩐다ㅋㅋ”
→ 전통 감탄사 + 신조어 감탄사 중첩
현상 요약
개그화, 캐릭터화된 사투리 요소가 신조어와 섞임.
친밀감이나 ‘끼리 문화’ 안에서 사투리 흔적은 여전히 사용됨.
표준어 ↔ 신조어 ↔ 사투리의 코드 스위칭 능력이 뛰어남.
이처럼 10대는 상황과 대상에 따라 언어를 자유자재로 바꾸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사투리도 유행어처럼 소환되고, 신조어도 농담처럼 과장되며 쓰인다. 언어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생물임을 이들은 증명하고 있다.
말투에도 고향이 있다
10대들의 언어는 빠르고, 감정적이고, 재치 있다. 그 말 한마디에는 SNS의 감각, 지역의 뿌리, 세대의 감성이 모두 녹아 있다. 비록 예전처럼 “아따 그라믄 안되제~” 식의 사투리는 잘 쓰지 않지만, 그 흔적은 여전히 그들의 말투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우리는 지금, 표준어도 아니고 전통 사투리도 아닌, 제3의 말투가 생겨나는 과정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신조어와 사투리가 섞이고, 감정과 유머가 녹아든 새로운 10대의 언어 문화. 이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말의 미래도 더 입체적으로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