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은 그 자체로 ‘변동성’이라는 단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에는 이런 특성과 정반대의 성질을 지닌 암호화폐도 존재합니다. 바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이고 오래된 스테이블코인이 테더(Tether, USDT)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테더가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어떤 구조로 운영되는지, 그리고 테더를 둘러싼 논란과 미래에 대해 상세히 다뤄보겠습니다.
테더란 무엇인가? – 스테이블코인의 대표 주자
테더(Tether)는 미국 달러에 가치를 연동시킨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입니다.
1 USDT = 1 USD를 목표로 발행되며, 이로 인해 가격 변동성이 거의 없습니다. 테더는 원래 2014년에 리얼코인(Realcoin)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으며, 이후 이름이 테더로 바뀌었습니다. 발행사는 테더 리미티드(Tether Ltd.)이며, 모회사인 아이파이넥스(iFinex)는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Bitfinex)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테더의 주된 목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거래 안정성 확보: 암호화폐 간 거래를 USD에 기반해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
자산 대피처 역할: 시장이 급격히 하락할 때, 자금을 USDT로 옮겨 가치 보존 가능
결제 수단 활용: 국가 간 송금 및 탈중앙화 금융(DeFi)에서 안정적인 거래 수단으로 사용
테더는 어떻게 발행되고 보장되는가?
테더의 가장 핵심적인 운영 원리는 바로 “준비금 기반 발행”입니다.
즉, 1개의 테더가 발행되면, 그것에 해당하는 동일한 가치를 가진 준비금이 테더사의 계좌에 예치되어 있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하지만 테더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준비금을 운영하는지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 동안 논란이 존재했습니다. 초기에는 “100% 미국 달러 준비금”이라고 주장했으나, 이후 회계감사 보고서를 통해 상업어음(commercial paper), 현금, 국채 등 다양한 자산이 포함되어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최근 테더 준비금 구성 예시 (2024년 기준)
미국 재무부 단기 채권 (T-bills): 65% 이상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약 10%
상업어음 및 기업채: 약 5%
디지털 자산 및 기타: 나머지
이러한 구성은 USDT 가치의 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준비금 운영을 통해 테더사는 수익을 창출하기도 합니다.
테더를 사용하는 이유 – 거래소, 디파이, 국경 간 송금
테더는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됩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내리는 자산과 달리, 테더는 안정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어 거래자들이 일시적으로 자산을 ‘피난’시킬 때 자주 사용됩니다.
특히 비트코인 거래쌍 중 "BTC/USDT"는 가장 높은 거래량을 자랑하며, 테더는 단순한 스테이블코인을 넘어 시장 내 유동성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한 다음과 같은 활용도 있습니다.
디파이(DeFi)에서 담보 대출 및 스테이킹 수단
NFT 플랫폼에서 거래 화폐로 사용
글로벌 송금 수단으로, 중개 은행 없이 빠르게 미국 달러 가치 전송 가능
국가의 자본 통제가 심한 지역(예: 베네수엘라, 터키 등)에서 대체 통화 역할
테더를 둘러싼 논란 – 준비금 투명성과 시장 리스크
테더는 스테이블코인 중 가장 오랫동안 운영된 코인이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논란과 의혹을 받아온 코인이기도 합니다.
준비금 투명성 논란
초기 테더는 “모든 USDT는 1:1로 달러에 의해 뒷받침된다”고 주장했지만, 2019년 이후 법정 공방에서 이 주장을 일부 수정했습니다. 테더는 실제로 달러 외에도 다양한 자산을 포함한 준비금 포트폴리오를 운용하고 있었으며, 이 사실이 늦게 공개되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흔들었습니다.
비트파이넥스 자금 유출 의혹
모회사 비트파이넥스는 자금 유출 사건에 연루되며 테더 준비금을 통해 자금 공백을 메웠다는 의혹도 제기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 뉴욕 검찰과 수사 및 벌금 합의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시스템 리스크
테더는 암호화폐 시장 내 유통량 기준 1위를 차지하는 스테이블코인입니다. 만약 테더가 시장 신뢰를 상실하거나 붕괴된다면, 전체 암호화폐 시장이 동반 붕괴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이는 ‘테더 리스크’ 혹은 ‘시스템 리스크’로 분류되며, 이 때문에 테더의 준비금 보고서, 외부 감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테더의 미래 – 경쟁 속의 생존과 확장
현재 테더는 경쟁 스테이블코인들과 치열한 점유율 경쟁 중입니다.
USDC(Circle/코인베이스), DAI(MakerDAO), FDUSD(퍼스트 디지털) 등 다양한 스테이블코인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들은 테더보다 투명한 준비금 운영을 내세워 사용자들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더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여전히 강력한 존재감을 유지합니다.
빠른 결제와 높은 호환성
광범위한 거래소 채택
다양한 블록체인 네트워크 지원(이더리움, 트론, 솔라나 등)
개발도상국 및 고인플레이션 국가에서의 달러 대체수단
테더는 2025년 기준, 디지털 자산 금융 시장의 인프라로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으며, 규제를 수용하며 준비금 공개 확대, 보안 강화를 통해 더욱 신뢰받는 스테이블코인으로 발전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신뢰의 화폐인가, 시스템 리스크의 뇌관인가?
테더는 암호화폐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영향력 있는 스테이블코인이자, 동시에 가장 많은 의심을 받아온 존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거래자들과 플랫폼은 여전히 테더를 사용하고 있으며, 시장은 점점 테더를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라는 개념은 분명 미래 금융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첫 페이지에는 ‘테더’라는 이름이 굵은 글씨로 남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사용자는 항상 준비금 투명성, 발행사의 안정성, 정책 리스크를 면밀히 검토하며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