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잠긴 마을 – 수몰지역의 기억과 다리 아래 묻힌 집들
호수처럼 잔잔한 물 아래, 누군가의 고향이 잠겨 있다. 지금은 물 위로 배가 떠다니고 관광객이 사진을 찍는 그곳에, 한때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렸고, 봄이면 논두렁에 꽃이 피었으며, 제삿날이면 마을 전체가 분주했다. 수몰지역은 이름 그대로 물에 잠긴 마을이다. 대부분은 댐 건설이라는 국가적 대의명분 아래 이루어졌다. 농업용수 확보, 전력 생산, 홍수 조절이라는 이유로 수십 개의 마을이 지도에서 지워졌다. 그들은 강을 따라 살았고, 결국 그 강에 묻혔다.이번 글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수몰지역 사례를 통해 물에 잠긴 마을의 전후 풍경, 사라진 공동체의 기억, 그리고 기록과 추모의 방식을 살펴보려 한다. 지금은 다리 아래, 댐 아래 묻힌 그 마을들은 결코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한, 그..
2025. 6. 29.
폐교가 된 초등학교, 그 후의 삶
한때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던 시골의 초등학교 교정. 3월의 입학식과 12월의 종업식, 알림장과 급식시간, 체육대회와 음악발표회. 그 모든 추억의 무대가 어느 날 문을 닫는다. 아이가 사라지고, 선생님이 떠나고, 종이 울리지 않는 날들이 시작된다.‘학생 수 0명’. 이 짧은 숫자는 한 학교가 문을 닫는 절대적인 조건이다.한국은 1980년대부터 급격한 인구 감소와 도시 집중화로 인해 수많은 초등학교가 폐교되었다. 교육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에서 문을 닫은 폐교는 4,000곳을 넘는다. 특히 농산어촌에 위치한 작은 분교들은 수업일수 부족, 교사 배치 문제 등으로 인해 점차 그 명맥을 잃어갔다.하지만, 폐교는 끝이 아니다. 교실은 비었지만, 그 공간은 전혀 새로운 쓰임을 통해 다시 ‘살..
2025. 6. 28.